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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그냥 그런 존재>는 부모님의 연애 시절부터 현재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촬영을 시작한 건 17살이 되던 해이다. 타지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가족의 공백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작업을 하면서 매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나만 볼 수 있는 사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촬영 했다. 긴 시간 작업을 해오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변화했다. 17살 고등학생 이었던 나에게 가족은 가까이 있어야만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4살이 된 나에게 가족은 같이 있지 않아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몸이 멀어져 있어도 가족은 내 삶에 존재 한다. 10대에서 20대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 속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꾸밈없는 가족의 그냥 그런 모습을 담담하게 촬영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부모님의 연애편지를 발견하게 됐다. 편지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한 무뚝뚝한 아버지의 애교 섞인 말투도 읽을 수 있었다. 부모님의 20대가 궁금했다.

 

그 흔적을 찾기 위해 집 안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거 부모님의 사진부터 의미 있는 물건도 찾을 수 있었다. 오래된 사진 속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주름 하나 없는 어머니와 머리가 빽빽한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었다. 청년이 된 나의 모습처럼 20대 시절 부모님의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고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슬퍼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남남 이었던 두 사람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금의 우리 가족의 모습까지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 하는 가족의 모습을 촬영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새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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